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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닭이 먼저다. 달걀이 먼저다’ 하는 논쟁이 인류에게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것처럼 ‘문화재의 보존이 먼저인가 문화재의 활용이 먼저인가’ 하는 논쟁 역시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을 확률이 크다. 그것은 인류에 있어 ‘문화재’에 대한 논쟁이 불과 몇 백 년 전에 시작되었고, 특히 원형보존에 대비하여 ‘활용’의 개념이 나타난 것은 불과 수 십 년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고대 중세를 거쳐 18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역사적인 건물을 수리하거나 증축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우리가 익히 르네상스와 바로크 건축과 예술의 결정체로 알고 있는 로마 성베드로 성당은 고대의 신전 위에 증축과 증축을 거듭하면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그 외에도 오늘날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으로 숭앙받는 많은 건축물이 수리와 증축을 거쳤고 또 어떤 것은 용도가 변경되기도 하였다. 그러니 이미 ‘역사적 건축물의 변용과 활용’은 건축사와 생활사에서 너무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문화재의 활용’이 문화재분야에 있어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산업혁명과 함께 급속도로 찾아온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역사적 건축물과 유물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방어적 반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문화재의 변용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면 1800년대 말부터 찾아온 산업화는 마치 쓰나미와 같이 무자비하게 ‘문화재’를 파괴시켜 나갔다. 이를 저지하고 문화재를 보호할 만한 절대적 가치가 필요하였고, ‘문화재 원형보존 원칙’이 그 역할을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문화재 원형보존 원칙’은 절대적 가치로 굳어졌고, 문화재정책에 있어 제일의 원칙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으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도시개발의 최대 ‘걸림돌’이자 국민생활에 있어서는 민폐의 상징이 되었으며, 국가 역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문화재투자에 난색을 표하게 되었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문화재가 무슨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 아는 만큼 문화재가 보이고, 본 만큼 아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문화재를 국가의 경직된 보호 아래 박제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나누고 함께 보호하는 것이 문화재의 미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하다’며 문화재의 적극적인 활용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오랫동안 절대적 가치로 군림한 ‘원형보존’에 대한 역습이었으며, 원형보존의 원칙만을 주장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 있는 항거였다. 여기에 시대·사회적 변화 또한 한몫하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의 산업화의 결과로 일정 정도 경제적 부와 삶의 여유를 찾는 현대인은 규모와 속도, 끝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사회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신과 미래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고 있다. 주변에 남겨진 자신의 ‘흔적’에 감동하며, 그것을 온전하게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 손녀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러자 지금까지 골치 덩어리 민폐였던 문화재가 새로운 형태와 의미로 다가 온다. 조금은 다른 예이지만, 예전 같았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1970년대 만든 농협 창고 따위는 쓸모도 없고 동네 미관만 해칠 뿐이니 부수고 빌딩을 세우자 할 것을 ‘이제는 그래도 저 창고가 한때는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지, 가을이면…’ 하며, 농협 창고가 미술관으로 바꾸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에 대해 흡족해 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새로운 기능으로 다시금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것을 반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 속의 건축물이 새로운 용도로 전환되어 그 장소, 그 자리에 존속하면서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어제와 같은 모양 그대로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삶과 무관하게 보호받으며, 존속되는 것은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화재가 역사의 산물이 미래로 계승되어지는 존재라면 현재에게 과거와 미래를 연결자로서의 역할을 묻고 싶다. 문화재와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냐고? 보존일까? 활용일까? 끊임없이 계속되는 갈등의 끝은 ‘문화재가 있어 행복한 마을’ 인 문화재행복마을에서 찾고 싶다. 마을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재가 있고, 고고히 보호받으며 마을과 별개로 존립하는 문화재가 아니라 마을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재가 있는 마을, 역사와 기억의 증거로서 그리고 우리의 흔적으로 존재할 문화재가 있어 행복한 마을이 있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재에 대한 세계적 추세나 국가나 지역의 정책적 관심과는 별개로 우리가 변해야 한다.
우리 주변을 다시금 돌아보고, 우리가 가진 보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활용이냐 보존이냐에 앞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문화재가 국가의 것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우리의 문화재가 되어야 한다. 마을이 곧 문화이며 마을사람이 그 문화의 주체자임을 인지하고 문화재를 통해 자기성찰의 기회를 삼도록 한다. 문화재는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서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존재로서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될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의 창의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역사의 산물을 그대로 미래로 전달하는 것이 현재의 역할이 아니라고 한다면, 현재인은 시대적 감성과 철학을 더하여 오늘의 산물로서 재 가치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혹자는 문화재 훼손과 파괴를 우려하여 ‘원형보존의 원칙’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가 있어 불편하고 불행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 오늘의 불행을 감수해야만 되는 것일까? 미래에는 행복할까? 이제는 무한 개발시대도 끝이 났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것을 지키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문화재행복마을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글˚김효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