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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문화재 감정가와 문화재 전문가의 자질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지만 가정은 살 수 없다. 집은 유형이기 때문에 거래 가능한 구조물이다. 따라서 집은 가격이 매겨지고 특정인에게 재산으로 상속되어 독점되는 건축물이다. 집과 달리 가정은 생활이자 무형이기 때문에 거래 불가능한 문화 현상이다. 집의 가격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행복을 결정하는 질적 삶의 양식이 곧 가정이다. 그러므로 행복한 가정생활이야말로 경제적 결핍까지 극복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의 문화라 하겠다. 문화재 전문가는 누구일까. 사람들은 흔히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처럼 으레 골동품 감정 능력을 갖춘 사람을 떠올린다. 그러나 유형문화재의 가격을 책정하는 능력이 문화재 전문가의 자질이라면 그들은 사실상 경매업자나 다름없다. 집 전문가는 집값을 결정하는 복덕방 주인이나 소개업자가 아니라, 건축구조물로서 집을 연구하는 능력이나 독창적인 건축 설계와 공사 역량을 갖춘 사람이다. 문화재 가격을 감정하는 것은 부동산중개업자의 일과 그리 다르지 않다. 진정한 문화재 전문가라면 이미 있는 문화재의 감정 능력이 아니라, 문화재의 드러나지 않은 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해명하는 능력 또는 새 문화재 생산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문화재 해석이나 생산력을 갖춘 문화전문가야말로 진정한 문화재 전문가이다. 문화재 행정은 재산 관리 수준의 소극성에서 벗어나, 문화재의 가치를 독창적으로 해석해내고 우리 시대에 새 문화재 생산을 겨냥한 창조적 문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유형문화재의 약탈과 해외문화재 환수
국제사회에서도 유형문화재는 골동품과 같은 재산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약소국을 침탈한 제국주의자들은 보물처럼 거래되는 골동품을 그냥 둘 리 없다. 그들은 식민지를 점령하면서 땅과 자원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약탈해갔다. 우리 문화재도 외세가 들어온 개항기 이후에 일본인과 유럽인들에 의해 많이 약탈되었다. 지금도 이때 약탈된 문화재 반환 문제가 외교문제로 남아 있다. 최근에 혜문스님은 일본 동경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을 환수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일본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구미 국가에도 수만 점의 우리 문화재들이 있다. 혜문스님처럼 해외문화재 환수운동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문화재 운동이다. 민간에서도 문화재 환수운동이 적극적인데 정작 정부기관에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해외문화재는 침략자에 의해 약탈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도 적지 않다. 그들은 식민지의 무형문화를 미개한 것이라고 경멸하거나 원시문화로 폄하하면서도, 식민지 유형문화재에 탐닉하여 골동품과 같은 유물뿐만 아니라, 신전의 기둥까지 뽑아가는 횡포를 저질렀다. 만일 제3세계 문화가 그들 말대로 미개문화이자 원시문화라면 왜 그 문화재를 약탈해 가겠는가? 적어도 골동품으로서 높은 가치와 자국 문화재 못지않게 우수한 문화유산인 까닭에 수탈해서 박물관에 널리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럽 박물관에 전시된 제3세계 문화재는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문제적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무형문화재의 해외진출은 문화의 세계화
유럽박물관에 전시된 약탈문화재는 다음 3가지 부끄러운 사실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하나는 식민지 문화재를 불법으로 약탈한 것으로 이는 반문화적 행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둘은 식민지 문화를 미개하다고 비난하며 자문화를 보급하려는 식민정책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셋은 자국의 문화유산보다 식민지 문화유산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럽 박물관들은 부끄러움을 모른 채 약탈 문화재를 뻔뻔스럽게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군사력이 강한 제국도 무형문화의 경우에는 이러한 약탈이 불가능하다. 유형문화재의 해외 반출은 으레 불법적인 밀반출이자 그 자체로 문화유산의 손실이지만, 무형문화재의 해외반출은 밀반출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갈수록 한국문화의 세계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형문화는 해외로 많이 나갈수록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국문화가 국제사회에 양적으로 확산되는 것이자 질적 우수성이 입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화의 세계화는 사실상 무형문화의 세계화를 말하는 것이다. 유형문화는 폭력으로 앗아갈 수 있으나 무형문화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 아무리 돈이 많고 힘이 세어도 무형의 문화는 소유할 수도 가져갈 수도 없는 것이다. 무형문화를 자국으로 가져가려면 그것을 익히고 배우는 길밖에 없다. 유형문화재인 하회탈은 힘으로 약탈해서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무형문화재인 하회탈춤은 힘으로 앗아갈 수도, 돈으로 구입해 갈 수도 없다. 하회탈 광대를 스승으로 모시고 오랫동안 배워야 비로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 주민에게 현지문화를 배우는 것을 굴욕적으로 여긴 제국주의자들은 의도적으로 식민지문화를 미개한 원시문화로 간주한 것이다.

무형문화의 눈으로 보는 유형문화재 인식
그것은 못 먹는 밥에 침 뱉기 수준이다. 더 교활한 점은 그렇게 멸시하는 것이 식민지를 순조롭게 지배할 수 있는 식민정책의 일환이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무형문화는 정복과 타파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소유와 약탈의 대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식민정책은 훌륭한 유형문화를 가려서 약탈하듯이 훌륭한 무형문화일수록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므로 유형문화 중심의 문화재 정책은 식민정책의 유산이라는 성찰이 필요하다. 고려청자와 같은 유형문화가 해외에 많이 나갈수록 국내 문화재가 빈곤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풍물과 같은 무형문화는 해외에 많이 나갈수록 국제사회에서 한국문화의 위상이 드높아진다. 한류나 K-Pop이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세계화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보기이다. 그러나 한류의 대중문화는 서구문화의 아류이다.
그들 문화를 수용해서 재가공한 달빛문화에 머문다. 서구문화의 햇빛이 없다면 한류도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한류는 판소리와 민요, 탈춤, 풍물 등 민족적 창조력을 발휘한 햇빛문화를 세계화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형문화재의 전통을 현재 문화사회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일을 골똘하게 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무형문화가 주목받는 시대로 가고 있다. 제국주의적 문화재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무형문화 중심의 문화재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하회별신굿을 미신으로 여겨 타파 정책을 펴면서, 하회탈을 문화재로 약탈하여 박물관에 버젓이 진열해 두는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약탈 문화재는 대단한 골동품이자 박물관을 채우는 자산이되, 무형문화의 눈으로 보면 역사적 과오를 부끄러운 줄 모르고 드러내는 반문화적 증거물일 따름이다. 도굴문화재는 가격이 비쌀지 모르지만 문화적 가치는 높지 않다.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이다.
글˚임재해 (안동대학교 인문대학 민속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