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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1월 - 민속현상에 나타난 말(馬)의 상징성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1-27 조회수 : 4782


말은 십이지(十二支)의 일곱 번째 동물로서 교통용, 군사용, 농경용 등으로 널리 이용되어왔다. 이로써 다양한 민속현상을 통해 말이 인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세시풍속이나 태몽에서 말은 활동적이고 생기가 넘치는 존재로 인식되어 남성적이며 도약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설화에 나타난 말은 의리를 지키거나 충성을 다하는 존재 혹은 재앙을 예시하는 존재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영험적이거나 신적인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말은 생활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띠 여자를 ‘팔자가 세다’느니, ‘드세다’느니 하면서 결혼의 배우자로서 몹시 꺼려한 적이 있었고, 지금도 나이 드신 분들은 그런 세속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말은 활동적이며 도약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주자학의 종법제도를 바탕으로 한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의 여성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부정적으로 인식되었을 법하다. 하지만 이 또한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일 뿐 말띠의 여자를 극도로 꺼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은 실제로 조선시대에 말띠의 왕비가 많았다는 사실이 입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성종의 계비 정현왕후가 임오생(壬午生), 인조비 인열왕후가 갑오생(甲午生), 효종비 인선왕후가 무오생(戊午生), 현종비명성왕후가 임오생(壬午生) 등이 그 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말띠의 여자를 무척 꺼려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 특히 병오년(丙午年)에 태어난 여자는 천성이 격렬하고 과격해서 남편을 죽이게 된다고 하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다. 이것은 일본의 인구를 연도별로 비교해봐도 병오년에 인구가 가장 적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으로 보면 말띠 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일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말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말이 갖는 문화적인 의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먼저 제의(祭儀)에서 말은 신적인 존재, 즉 마신(馬神)으로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삼국시대 이래로 말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기르도록 하는 마정(馬政)이 있었는데, 마정은 말을 기르고 개량하며 번식시키는 일에 대한 행정으로서 국가 행정 중의 하나다. 이는 《태종실록》 권13의 “司僕司, 上馬政, 事目啓曰 馬政, 軍國所重”이라고 하는 기록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말을 기르고, 개량하여 번식시키는 일을 국가가 감독 관리하였고 이에 따르는 제의도 있었다. 삼국시대 마제(馬祭)에 관련된 흔적은 찾아볼 수 있으나, 관련 문헌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고려시대 마제는 《고려사》 권63의 기록에 의하면 “馬祖, 先牧, 馬社의 馬祭는 小祀로서 毅宗代부터 常設壇을 두고, 仲春, 仲夏, 仲秋, 仲冬의 吉日을 택해 관리를 파견하여 祭儀를 지냈는데, 小牢之饌으로써 排設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마제의 모습은 《조선왕조실록》 《시용향악보》 《태상지》 등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국가가 주관한 제의에서 말을 기르고, 개량하며 번식시키는 데 해를 끼치는 신에게 제사 지냈을 것으로 생각되며, 말의 1년 생활을 주기로 생활 무대에 따라 제사를 지낸 것으로 보인다.

즉 봄은 시작하는 계절로서 만물이 싹트는 시기이기에 말의 조상에 제사를 지내는 마조제(馬祖祭), 만물이 성장하는 여름은 말의 먹이가 풍부하고 활동하기에 좋은 계절이기에 선목제(先牧祭), 가을은 월동 준비와 아울러 마구간에 들어가야 할 시기로서 마구간의 토지신에게 제사하는 마사제(馬社祭), 겨울은 말들이 가장 활동을 제약받는 시기로서 운동 부족에 따른 말의 신체적 허약함 때문에 많은 재앙신이 해를 끼칠 수 있는 시기이기에 마보제(馬步祭)를 지냈다. 이는 말의 활동 무대에 따라 제의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말이 신체(神體)로 여겨지는 경우는 민간 주도의 마을신앙에서 나타난다. 마을신앙에서 돌이나 철(鐵), 나무 등의 재질로 만들어진 마상(馬像)을 신체로 하는 지역은 전남 여천군 화정면 개도리 화산마을, 전남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 경남 통영군 신양면 삼덕리,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용산리, 경기도 고성군 마암면 석마리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마을신앙에서 말과 인물이 함께 그려진 마도(馬圖)를 신체로 하고 있는 사례로는 충북 영동군 영동읍 당곡리 신제,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 외옹치 서낭제와 강원도 강릉 단오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마상으로 봉안된 경우는 대부분 말이 신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림으로 봉안된 경우는 말이 신승물(神乘物)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말이 신승물의 존재라는 사실은 전남 신안군 도초면 고란리 당제에 확연하게 나타난다. 말을 만들어 신당 앞에서 놀다가 개울가에 말을 버린다는 것은 말 자체를 버린다기보다 말에 실어 보낸 잡신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당 앞에서 말이 노는 것은 마을의 온갖 잡신을 모아 싣기 위해 노는 것이며, 이 잡신을 실어다 버림으로써 마을에 병고가 없고 풍년이 든다는 속신을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여기서 말은 잡신을 실어 나르는 신승물인 셈이다. 이와 같이 말을 제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역은 대개 말을 기르는 목장이나, 교통의 중개 역할을 하는 마역(馬驛)이 있거나, 혹은 호환을 퇴치하기 위한 산간지방에 주로 나타난다. 두 번째로 생활습속에서 말은 으뜸, 왕성한 기운, 지혜로운 존재로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태몽으로 말 꿈을 꾸면 태어난 아이는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된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해삼을 삼키거나 말이 달리는 꿈을 꾸고 자식을 얻으면 장차 큰 인물이 된다”거나 “백마나 달을 보는 꿈을 꾸고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은 훌륭해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午日은 말날이라 한다. 팥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외양간에 갖다 놓고 신에게 기도하여 말의 건강을 빈다. 그러나 丙午日은 피한다. 丙은 病과 같으므로 말의 병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戊午日이 가장 좋다”고 한 것으로 보아 상오일(上午日)은 말이 활동력과 관련하여 생기가 넘치는 것으로 믿으며, 특히 말해에 태어난 사람은 양기가 넘치고, 말날은 기가 왕성한 날이므로 먼 길을 나서기엔 좋은 날이라 한다.

리말에 보면, “말이 먹다 남은 콩을 못 잊듯 한다”거나 “말 머리에 태기가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말에 대한 경험적 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말이 지혜롭고 영험적인 존재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말이 먹다 남은 콩을 종자로 사용하여 농사를 지으면 벌레가 먹지 않는다 하여 풍년이 든다는 속신도 있다. 세 번째로 매장된 말의 유물은 신승물을 상징한다. 비록 고분이 민(民)의 무덤양식은 아니지만 고대인들의 말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분 유물을 통해 유추할 필요가 있고, 고분 속에 매장되어 있는 유물 가운데 토제품(土製品)이나 토기, 벽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토제품의 대표적인 것으로 경주 인왕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마각문토제품(馬刻文土製品)을 들 수 있고, 이는 망자에게 말을 공양함으로써 망자의 영혼이 말을 타고 천상계로 가시라는 후손들의 지극 정성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경주 황남동 천마총에 출토된 백화수피제장니(白樺樹皮製障泥)에 그린 천마도 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말이 흰 구름을 타고 갈기와 꼬리를 나부끼며 질풍과 같이 날아가는 모습은 망자의 영혼을 태우고 천상계로 간다는 의식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고분 속에 말로 표현된 토제품, 토기, 벽화를 부장한 것은 계세사상(繼世思想)을 바탕으로 망자의 영혼을 천상계에 태우고 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매장 유물에 나타난 말은 신승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설화를 비롯한 민속문화에서 보면 말은 의리를 지키거나 충성을 다하는 존재이고, 민중의 이상과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존재, 혹은 재앙을 예시하고 영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말은 신승물이거나 신적인 존재로서 으뜸과 왕성한 기운, 그리고 지혜로움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글˚표인주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