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지금 하남에서는 우리의 문화재를 찾는 작업이 한참이다. 흙이 부드러워질 시간인 오후의 현장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였지만 그곳을 찾은 기자단을 위해 그는 현장을 일일이 구경시켜주며 발굴현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던 겨울날이지만 문화재 발굴을 향한 그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문화재발굴은 단순한 일이 아닌 자신의 삶 그 자체이자 보람이라 말하는 이진호 연구원을 지금 만나보자.
문화재조사연구단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연구원님께서 속해있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문화재조사연구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화재조사연구단은 전국 각지에서 행하여지는 개발 사업에 앞서 지표조사를 비롯한 발굴(시굴)조사를 실시하여 매장문화재의 훼손을 사전에 방지하고 관련 유적에 대한 자료를 기록하여 남김으로서 문화재 보존 및 학술 자료축적을 위한 연구를 맡고 있습니다. 재단은 2010년부터는 국비지원 소규모발굴지원사업을 문화재청으로부터 위임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소규모발굴지원사업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소규모발굴지원사업은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일정한 기준이하의 면적에 대해 국민의 발굴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고, 작은 면적의 매장문화재라도 원활한 보존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개인의 소규모 건설사업에 대한 발굴조사 비용을 지원하는 대국민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행순서는 먼저 민원인이 건설공사를 지자체에 신청을 하고 해당 지자체에서 국비지원에 대상면적에 해당될 경우 재단으로 발굴조사를 요청함으로써 시작되는데, 이로 인해 작은 면적의 매장문화재라도 원활한 보존관리가 이루어지고, 민원인은 발굴조사 사업기간에 대한 단축과 발굴비용에 대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학창시절부터 사회 과목을 워낙 좋아해서 사학과를 전공하였지만 처음부터 이 직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운이 좋게 박물관에서 발굴조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고고학에 입문이 되었어요. 또 저는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라면서 야외활동을 좋아했는데 그 때문인지 일하는 것 역시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직접 문화재를 발굴하는 활동적인 것이 저에게 더 잘 맞더라고요.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근처만 보아도 발굴현장이 많은데요. 하남에 유적발굴이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하남은 북쪽에 한강이 있고, 한강과 그 주변의 하천에 의해 발단된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으며, 남쪽으로는 높은 산이 있어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러한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선사시대부터 많은 사람이 거주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적으로 지정된 미사동유적, 이성산성, 교산동·춘궁동·하사창동 주변의 관공서건물 및 사지를 포함한 도시유적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서울에 있는 한성백제시기의 도성인 풍남토성·몽촌토성, 암사동유적도 하남과 아주 가까운 지역에 있는 유적들입니다. 또한 하남시는 많은 지역이 그린벨트 등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최근에 규제가 완화되면서 각종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재 발굴조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화재발굴조사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기억에 남는 사례 또는 문화재가 있나요?
2012년에 하남지역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범종을 주조했던 유구와 청 석탑지를 조사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주종유구를 발견하게된 계기는 작업을 마무리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조사지역을 재확인 하기 위해 조사지역 경계를 따라 트렌치(도랑)를 넣었는데 그 부분에서 유구가 확인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 해보는 유구형태라 당황했었지만 조사연구단에 계신 여러 연구원들과 자문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비로소 종을 주조했던 주종유구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유구는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보고된 주종유구 중 다섯 번째 사례인데, 이중에 가장 오래된 통일신라시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기도 하고 고생하여 조사 한 유구인 만큼 아무래도 기억에 가장 많이 남네요. 그리고 주종유구 근처에서 고려시대의 청석탑지가발견되었는데, 이 청석탑지의 경우도 조사사례가 그리 많지 않아 이 (유적) 역시도 유적 중에서 매우 희귀해요. 그런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어 이 두 가지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소규모 발굴현장을 전담할 때마다의 소감은 어떠신가요?
어떠한 일이든 그 일 이 반복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인 것 같아요. 사실 저 또한 몇 년간 이 일을 하면 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니까 한동안은 매너리즘에 빠져 안일하게 이 일을 생 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조사를 진행 하는 동안 새로운 유구들을 보게 되면 서 그러했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 요. 또한 우리가 지원해 드린 민원인들께서 현장조사 중에 따뜻한 커피를 타주시면서 고마워 하시고, 발굴조사 이후 건물을 신축하여 활기찬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제가 자만했었다는 것을 느꼈고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충실하게 발굴조사를 진행하여야 되겠다는 생각과 더욱 학문에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문화재조사연구단에 관심 있어 하는 제 나이 또래의 젊은 친구들에게 이 일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고고학도 특히 재단의 조사연구원들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근무지 이동이 많은 직업이기 때문에 많은 관련학과 학생이 선택을 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직업으로 선택 할 때 어떤 것을 가치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말 발굴을 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은 친구라면 기본에 충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기본에 가치를 두는 것이 쉽지 않잖아 요. 그래서 일단 막연하게 생각하기보다 직접 현장에서 경험을 해보시 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현장에 견학을 오시거나 아르바이트로 직접 체 험을 해보고 나중에 선택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 다. 꼭 현장에서 확인을 해보면서 자기가 고고학도로써 문화재조사연구단 연구원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느끼시면 좋 을 것 같습니다.
-글 이자영(한국문화재보호재단 대학생기자단 징검다리 3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