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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오는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풍류극장에서 열리는 ‘대를 잇는 예술혼’ 공연도 누대(累代)를 거치며 멸실과 단절의 고해(苦海)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튼실하게 자리 잡은 대표적인 가문의 전통예술을 감상하는 무대로,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남도 소릿대, 아리랑 소릿대, 그리고 춤대를 만나게 된다. 이 무대가 특별한 것은 기량이나 완성도면에서 독보적인 예인들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 더하여, 이전 공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예인들의 비기(秘技)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첫날 선보이는 ‘소리를 품은 현(絃)’ 무대는 가무악에 두루 능통했던 남도예인들의 드라마틱한 판벌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기대되는 무대로, 안숙선, 김일구 명창이 판소리와 산조를 중심으로 특별한 만남을 가진다.
가야금병창 보유자이자 판소리, 산조, 민요에 두루 능통한 천재 소리꾼 안숙선 명창은 우선 특장인 춘향가로 판을 달구며, 비기인 가야금 산조를 김일구의 아쟁에 맞춘다. 그녀는 비운의 명인 원옥화에게서 강태홍류 산조를 배웠다. 강도근, 강정열, 강백천, 강순영 등 안숙선 가계로 대물림된 예술은 남도예술의 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튼튼한 대(代)를 이루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판소리 명창 김일구의 비기는 아쟁산조와 가야금산조다. 그의 가야금 역시 원옥화에게서 대물림된 강태홍류 산조이며 아쟁산조는 동편소리 법통을 가장 잘 보유하고 있던 명창 장월중선으로부터 전수된 산조로, 당시 10여 분 남짓한 아쟁산조를 총 45분으로 새롭게 구성 하여 훗날 김일구류 아쟁산조가 탄생한다.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가장 판소리에 가까운 산조로 남성적이고 변화무쌍한 음색의 조화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선율로 짜여 있다. 이날 김일구는 특장인 판소리 ‘적벽가’를, 안숙선과는 산조합주를 한다.
눈빛만으로도 화음을 맞추고 조율이 되는 안숙선, 김일구의 연주에 김청만의 장고가락이 더해지면 삼라만상의 우주질서가 생겨나고, 천상(天上)의 음악이 완성된다는 속설이 있다. 오랜 세월 음악을 함께 나눈 이들 삼인이 만나 만들어내는 합주는 어떠한 우주를 품고 있을지 벌써 기대된다.
남도예술로 무르익은 판을 아리랑 무대가 이어받는다. 지역마다 독특한 감성과 언어로 잘 버무려지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전국 각지의 다양한 아리랑이 선보인다. 다른 민요와 달리 현장성, 집단성이 돋보이면서도 대표적인 시행요(時行謠)인 아리랑은 완성형의 음악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네 삶처럼 여전히 진행 중인 음악으로, 솔직하고도 즉흥적인 감정이 다양한 노랫말 속에 잘 드러나 있는 점이 매력이다.
경기명창 이춘희가 불러주는 경기명창 이춘희가 불러주는 아리랑은 청아하면서도 다소 담백한 경토리의 멋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면, 김길자가 불러주는 정선아리랑은 메나리토리로 대표되는 백두대간 동쪽 서민 대중들의 정서가 잘드러난 결이 순박한 음악이요, 정순임이 불러주는 상주아리랑은 영남지방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흥겨운 정서가 잘 배겨있는 아리랑이다. 한반도 각지의 질박하고 소박한 음악어법들이 풍류무대에서 명창과 만나 조화를 부리면, 아리랑은 겨울왕국보다도 멋진 추억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평생을 궁중무용 전승과 연구에 바친 이흥구 명무가 풀어내는 춘앵무는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을 고스란히 녹여낸 춤으로, 궁중무용대(代)에서는 유일무이한 법통을 자랑한다.
정재, 민속춤에 두루 능통했으나 일찍 작고한 천재 예술인 김보남과 조선 마지막 무동 김천흥 두 명무에게서 정재를 사사했으며, 민속춤의 대가 한영숙으로부터 학연화대합설무를 사사하는 등 춤 사사내력만으로도 그는 전설이 된다.
단순히 이들 정재를 사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10여 년 이상을, 잃어버린 우리 춤, 궁중무용 복원에 힘썼으며, 체계 없이 전승되던 춤에 질서를 잡아주고, 생기를 불어넣은 명인이라는 점에서 이흥구의 춤은 더없이 격조 높고 절도 있게 느껴지며, 보는 내내 그윽한 기품에 흠뻑 취하게 된다. 여전히 젊은 시절의 물오른 기량으로 정재판을 돋보이게 하는 그의 춤사위와 제자 복미경이 풀어낼 민속무용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명사회자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명창 오정해가 사회자로 나서는데, 비기(秘技)를 풀어내는 공연 못지않게 오정해의 간결하면서도 깨소금 같은 진행에 빠져보는 것도 2014년 대이음 공연의 별미(別味)이지 않을까 싶다.

- 글˚김문성 (국악평론가) -











